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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2 | +title: 성적을 보고 서운한 학생에게 |
| 3 | +date: 2024-12-23 |
| 4 | +author: Kihong Heo |
| 5 | +kor_author: 허기홍 |
| 6 | +tags: |
| 7 | + - 수업 |
| 8 | +classes: wide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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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11 | +매년 성적처리 시기가 되면 여러 학생들에게 비슷한 이메일을 받는다. |
| 12 | +성적이 본인의 성에 차지 않아 아쉬워하는 학생들이다. |
| 13 | +채점 기준이 너무 높다, 왜 부분 점수가 없냐, 심지어는 정말 이 수업을 좋아했는데 이런 성적을 받아서 슬프다 등등. |
| 14 | +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, 속내는 모두 비슷하다. |
| 15 | +그럴 때마다 최대한 상세히 직접 답장을 쓰곤 한다. |
| 16 | +그런데 쓰다보니 핵심 골자는 늘 비슷하여 이참에 여기에 정리해두려 한다. |
| 17 | +앞으로도 반드시 있을, 비슷하게 서운한 학생들을 위해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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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22 | +광수씨, (여기서 광수는 가상의 이름이다.)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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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24 | +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겠네요. |
| 25 | +부분 점수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했는데요. |
| 26 | +부분점수가 없는것은 아니고 부분 점수를 명확히 줄 만한 것은 이미 세부 부분 문항으로 다 쪼개놓은 것입니다. |
| 27 | +그런데 문제를 내다 보면 어느 수준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더 쪼갤 수가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. |
| 28 | +가령 변수 하나 정도 잘못 쓴 사람은 "거의 맞다"고 보고 점수를 준다고 칩시다. 그러면 이제 두 개를 잘못 쓴사람이 섭섭하겠지요. |
| 29 | +해당 문제 같은 경우는, 뻔한 (기출에도 있는) 문제라서 엄밀하게 해답 작성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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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31 | +이러한 전통적인 시험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기는 참 어렵습니다. 이건 지필고사의 한계라고 봐요. 출제자인 제 한계일수도 있고. |
| 32 | +실수 하나로 점수가 날아가는것. 저도 초/중/고/대/대학원시절 광수씨 같은 억울함이 종종 있었고요. 제 선생님들도 분명히 그랬을것이라 봅니다. |
| 33 | +그래서 최소한 숙제에서는 학생들이 그런일이 없도록 자동채점기를 실시간으로 돌려주고, 수업중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능력을 평가받을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은 것입니다. |
| 34 | +이번 학기에도 그래서 전보다 활동의 비중을 더 늘였고, 앞으로는 더 늘이려고 합니다. 그러면 좀 억울한 사람이 앞으로는 줄겠지요?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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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36 | +열심히 공부했는데 학점/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. |
| 37 | +중요한 것은 학점이 아니라 본인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, 많은 것을 배웠냐 입니다. |
| 38 | +만약 공부한 만큼 학점을 받지 못했다면, 그것은 평가를 제대로 못한 교수의 책임이고요. |
| 39 | +이미 실력을 갖춘 본인은 성적 게시 전/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. |
| 40 | +당장 제대로 받지 못한 보상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요. |
| 41 | +그 보상은 향후 인생에서 다른 형태로 반드시 돌아올테니 걱정말길 바랍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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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43 | +아마 저는 나중에 광수씨의 학점이 어땠고, 시험점수가 어땠는지는 기억못할겁니다. |
| 44 | +하지만, 그 이름을 들었을 때 항상 수업시간에 집중잘하고 여러 질문에 대답을 잘했던 모습은 기억이 날겁니다. |
| 45 | +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럴지도요. 제가 항상 수업시간에 이름을 물어보는 이유입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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| 47 | +덕분에 한학기 동안 즐거웠습니다.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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